말복이 지나면서 이제서야 이곳 더워도 한풀 꺽이는 듯합니다. 유달리 더웠던 이번 여름이 저희에게는 쉽지 않았습니다. 대개 40도가 넘는 여름 기간 전체를 이곳에서 보내기가 힘들어, 때로는 이 시기 일부를 다른 곳에서 지내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꼬박 이곳을 지키며 더위와 싸우느라 좀 지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엊그제부터 불기 시작한 시원한 저녁 바람에 저희는 마냥 행복합니다. 아직 여름날이 좀 더 남았지만, 이렇게 한숨 돌리며 쉬어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지요.

한달 전 있었던 라마단 기간은 실제로 낮시간동안 금식을 하는 현지인들에게는 물론, 무더위에 물 한모금 마시지 못하는 그들을 바라보는 저희에게도 쉽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저희야 집 안에서는 편하게 먹고 마실 수 있지만, 집 밖으로 나가면 그들이 보는 앞에서는 물도 마실 수 없었습니다. 한달동안 낮시간에는 먹지도 마시지도 않다가, 해가 지면 밤새도록 식사하는 현지인들의 관습을 존중해 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라마단의 종교적, 영적 의미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이미 이들의 삶 가운데 '명절' 문화로 깊이 들어온 라마단 풍습에 대해서는 인정하며, 저희도 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어느정도 존중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하루의 금식을 마무리하며 가족이 함께하는 저녁 식사에 저희가 초대를 받기도 했습니다. 참된 금식의 의미에 대해 서로 토론을 하기도 하고, 기회가 되는대로 성경 말씀을 함께 읽으며 종교적 의무를 넘어선 저희와 주님과의 관계에 대해 나누기도 했습니다. 오랜 친구로 지내는 모하멧 가정과도 라마단동안 여러번 만났는데 그 가정이 계속 주님의 말씀에 반응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오래전 주님을 만났던 그가 다시 말씀 앞에서 새롭게 되어 그분의 제자로 살아갈 수 있기를 소원합니다.

작년말부터 준비해서 올 봄에 오픈한 웨딩드레스 대여사업은 더디지만 천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웨딩샵이 사무실 건물 3층에 있어서 잘 보이지 않는데도, 소문과 광고를 통해 찾아오는 한명 한명의 고객들을 보면 주님께서 보내주신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대여해가는 신부의 모습을 보며 그들이 이룰 가정을 축복하게 됩니다. 파트타임 인턴으로 일하는 현지인 M자매도 일을 배워가며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일에서 뿐만 아니라 주님과의 관계도 더욱 깊어지도록 자매를 위해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중고컴퓨터 사업은 환율관계로 한동안 수입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물건을 기다리는 거래처 친구들을 무시하기 힘들어 석달 전 수입한 물건들을 서서히 판매 중에 있습니다. 여전히 시장 환경이 좋지 않아 앞으로의 사업성을 놓고 고민하는 중이지만, 최근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중고컴퓨터 가게를 오픈하는 한인사역자분께 물건을 공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감사하고 있습니다. 비록 제가 짧은 사업 경험 밖에 없지만, 그분께 여러 조언과 함께 좋은 상품을 드릴 수 있게 되어 제게는 큰 의미가 있는 일이었습니다. 저와 그분의 사업을 통해 지역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드림이가 친구없이 오랫동안 지냈는데, 이곳을 떠났던 드림이의 둘도 없던 친구 이사야가 최근 저희 도시로 돌아오는 감사한 일이 있었습니다. 2년전 아버지의 갑작스런 소천으로 이곳을 떠났던 이 미국인 사역자 가정이, 아픔을 딛고 새 아빠와 함께 이 곳을 섬기기 위해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이사야의 동생 케이든은 믿음이의 같은 반 절친이기도 합니다. 요즘 저희 아이들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함께 노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아이들의 필요를 아시는 주님께서 허락하신 은혜에 참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 가정이 이곳에 잘 재정착하고, 이들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주님의 위로하심을 경험하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저희 부부의 고심과 기도 끝에, 지난 5년간 소속 단체의 지역리더로 섬기던 일을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사역과 가정에 더 충실하기 위한 결정이었는데, 리더십을 내려놓는 것도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주님께서 지혜와 은혜를 주셔서 잘 마무리가 되도록 이번 한 주간 특별한 중보를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물론, 팀에도 그분의 섭리와 평안으로 함께 하시길 소원합니다.

한결같은 사랑과 기도로 함께 이 땅을 섬겨주시는 동역자 한분 한분을 축복합니다!

그분의 부르심 안에서,

박한별 이은정 올림